텃밭 모종 몇 개 심을까 (상추부터 참외까지 키워 보고 알게 된 것)

텃밭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질문은 “무엇을, 얼마나 심을까”입니다. 모종 가게에 진열된 모종은 하나같이 작고 값도 부담 없어 보이지만, 여름이 지나고 나면 넘치는 작물과 실패한 작물이 함께 남습니다.

저는 전원주택지 텃밭에서 몇 해째 채소를 키우고 있고, 2024년에는 유기농업기능사 자격을 취득하며 작물 재배와 토양 관리를 따로 공부했습니다. 그동안 텃밭 모종을 심고 거두며 정리하게 된 기준을, 잘된 작물과 실패한 작물의 이유와 함께 적어 둡니다.

씨앗 대신 모종을 고른 이유와 심는 시기

저는 거의 모든 작물을 텃밭 모종으로 심습니다. 일을 하면서 틈틈이 텃밭을 돌보는 형편이라, 씨앗을 뿌린 뒤 싹이 고르게 트는지 지켜보고 솎아 주는 과정을 제때 챙기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텃밭 모종은 본잎이 어느 정도 자란 상태에서 옮겨 심으니 뿌리만 내리면 생육이 빠르고 수확까지 걸리는 기간도 짧아, 텃밭에 머무는 시간이 짧은 사람일수록 실패를 줄이는 선택이 됩니다.

심는 시기는 늦서리가 끝난 뒤를 기준으로 잡습니다. 중부지방에서는 상추·쑥갓 같은 잎채소를 4월 중하순부터 심을 수 있고, 토마토·가지·참외처럼 추위에 약한 열매채소는 5월 초 전후에 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같은 지역이라도 해마다 기온이 달라 조급하게 일찍 심으면 냉해로 생육이 멈추기도 하니, 작물별 정식 적기는 농촌진흥청 농사로의 재배 정보에서 확인해 두면 좋습니다.

풀과 병을 줄인 세 가지: 멀칭, 간격, 점적 관수

처음 몇 해는 유튜브를 보며 따라 하는 수준으로, 이랑만 만들고 그대로 모종을 심었습니다. 그런데 비료와 영양제를 줄수록 작물보다 풀이 더 무성하게 자라, 갈 때마다 풀을 뽑다 보니 손가락 마디가 아플 정도였습니다.

처음에는 친정엄마와 함께 텃밭을 했는데, 엄마는 밭에 잡풀이 많으면 동네 사람들이 흉본다며 매일같이 풀을 뽑으셨습니다. 시골 어른들에게 깔끔한 밭은 부지런함의 증거였던 셈이지만, 일을 하며 틈틈이 들르는 텃밭에서 그 방식을 따라가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바꾼 것이 세 가지입니다. 이랑을 검은 비닐로 덮는 비닐 멀칭, 포기 사이를 넉넉히 띄워 심는 간격, 이랑 아래 호스로 물을 조금씩 오래 스며들게 하는 점적 관수로, 덕분에 풀이 눈에 띄게 줄고 물 걱정도 한결 덜게 되었습니다.

비닐 색을 잘못 골랐던 실수와 타이머 없이 점적호스를 쓰는 방법, 작물별로 간격을 얼마나 두는지는 텃밭 멀칭과 점적호스 글에 자세히 정리해 두었습니다.

몇 포기를 심을지는 먹을 수 있는 양으로 정한다

텃밭 첫해에 가장 크게 착각한 것은 텃밭 모종의 크기였습니다. 손바닥만 한 쑥갓 모종을 넉넉히 사서 심었는데, 쑥갓은 겉잎을 따면 곁순이 다시 올라와 한 포기에서 오랫동안 수확이 이어지는 작물이라 결국 다 먹지 못하고 꽃대가 올라오는 것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가지도 마찬가지여서, 두세 포기만 있어도 여름 내내 이웃과 나눌 만큼 열립니다.

그 뒤로는 텃밭 모종을 고를 때 포기 수를 “우리 식구가 일주일에 먹을 수 있는 양”에 맞춰 정하고, 상추처럼 매끼 먹는 잎채소는 넉넉히 심되 여러 품종을 섞습니다. 잎 모양과 식감, 쓴맛의 정도가 품종마다 달라 쌈으로 먹을 때 훨씬 풍성해지고, 한 품종이 부진해도 다른 품종이 받쳐 줍니다.

노지에서 자란 상추는 하우스 상추보다 잎이 단단하지만 맛이 진하고, 줄기를 자르면 하얀 유액이 많이 배어 나옵니다. 락투카리움이라 불리는 이 유액은 상추를 먹으면 졸린다는 속설의 근거로 자주 언급됩니다.

깻잎은 다른 잎채소에 비해 벌레 피해가 적어 손이 덜 가는 작물이었습니다. 쌈으로 먹고 남는 잎은 장아찌로 담가 두면 오래 보관할 수 있어, 수확량이 많아도 버리는 양이 거의 없습니다.

방울토마토는 지지대를 세우고 곁순을 정리하는 정도의 관리만으로도 꾸준히 열려, 처음 텃밭을 하는 분께 먼저 권하고 싶은 열매채소입니다. 잘 자라는 작물일수록 적게 심고, 저장할 방법이 있는 작물일수록 넉넉히 심는 것이 몇 해 동안 얻은 결론입니다.

해마다 실패한 작물에서 배운 것

텃밭을 하다 보면 해마다 실패하는 작물이 생깁니다. 처음에는 운이 나빴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찾아보니 대부분 작물의 특성과 제 관리 방식이 맞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큰 토마토와 배꼽썩음병

큰 토마토는 열매가 다 익기도 전에 아래쪽 끝부분이 검게 변해 거의 먹지 못한 해가 많았습니다. 찾아보니 배꼽썩음병은 병균 때문이 아니라 열매 끝부분에 칼슘이 부족해 세포가 무너지면서 생기는 생리장해로, 흙에 칼슘이 없어서라기보다 뿌리가 칼슘을 흡수해 열매까지 보내는 과정이 막혀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원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힙니다. 하나는 흙이 말랐다 젖었다를 반복하는 등 물 공급이 고르지 않은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비료 성분의 불균형으로 칼리 같은 성분이 많으면 칼슘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또 큰 토마토나 길쭉한 품종에서 잘 생기고 방울토마토에서는 드물다고 하는데, 방울토마토는 해마다 문제없이 자랐던 제 텃밭의 결과와도 같았습니다. 증상은 열매가 익을 무렵 보이지만 실제로는 열매가 한창 커지는 시기에 이미 시작된다고 하니, 눈에 띄었을 때는 손쓰기 늦은 경우가 많습니다. 병균 때문에 생기는 병이 아니어서 약제로는 해결되지 않고, 뿌리 주변 흙이 너무 마르거나 계속 젖어 있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제 경우는 땅 자체의 양분이 부족했던 것이 원인이었다고 봅니다. 지금 텃밭으로 쓰는 전원주택지는 원래 농사를 짓던 땅이 아니라, 처음 몇 해는 흙에 작물이 쓸 양분이 충분히 쌓여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 땅에 큰 토마토처럼 칼슘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물을 심었으니 열매 끝까지 칼슘이 닿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해마다 작물을 키우고 거름을 넣으며 흙이 조금씩 달라졌고, 올해는 처음으로 병충해 없이 큰 토마토를 넉넉히 수확했습니다.

농사를 짓지 않던 땅에서 텃밭을 시작한다면, 심기 전에 가까운 농업기술센터에서 토양 검정을 받아 흙의 산도와 부족한 양분을 알아 두면 석회나 퇴비를 얼마나 넣을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끝이 검게 변한 열매도 그 부분만 도려내면 나머지는 먹을 수 있다고 하니, 증상이 보여도 통째로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텃밭 모종으로 심어 빨갛게 익은 큰 토마토
병 없이 잘 커준 토마토

속이 차지 않은 양배추와 브로콜리

작년에 심은 양배추와 브로콜리는 겨울이 가까워지도록 결구가 되지 않고 잎만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두 작물은 서늘한 기후에서 자라는 작물이라 정식 시기가 늦어 생육 기간이 부족하거나 거름이 모자라면 결구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제 경우 어느 쪽이 원인이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다음에는 적기를 지켜 심고 거름을 넉넉히 넣어 비교해 볼 계획입니다. 다만 결구되지 않은 잎도 쪄서 쌈으로 먹으니 맛이 좋았고,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도 잘 먹어 수확이 헛되지는 않았습니다.

호박과 오이

호박과 오이는 해마다 심었지만 기대만큼 자란 적이 없습니다. 두 작물은 양분 요구량이 많아 심을 자리에 퇴비를 충분히 넣지 않으면 덩굴만 뻗고 열매가 부실해지기 쉬우니, 거름을 충분히 준비할 여건이 아니라면 잘되는 작물의 비중을 늘리는 편이 텃밭을 오래 즐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참외 60개를 거두며 다시 생각한 수확의 원칙

올해 가장 기대 이상이었던 작물은 남편이 맡아 키운 참외로, 한여름 동안 딸 때마다 세어 보니 약 60개에 이르렀고 밭에서 바로 딴 참외의 단맛은 사 먹는 것과 비교하기 어려웠습니다. 참외를 심은 자리와 순지르기 방법은 텃밭 참외 키우기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수박은 크기가 작은 애플수박을 골랐는데, 큰 수박보다 덩굴 관리가 수월하고 한 번에 먹기 좋은 크기라 작은 텃밭에 잘 맞았습니다.

텃밭 모종으로 심은 참외가 덩굴 사이에서 익어 가는 모습
가지 집어주기 해서 잘 자라고 있어요

덩굴 작물을 키우며 꼭 기록해 두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밭에 떨어져 있던 수박을 남편이 아깝다며 먹었다가 배탈이 심하게 나 응급실까지 다녀왔는데, 겉에 상처가 없어 보여도 흙에 닿은 채 오래 놓여 있던 열매는 속에서부터 상했을 수 있습니다.

직접 키운 작물일수록 버리기 아까운 마음이 들지만, 수확 시기를 놓쳐 땅에 떨어진 열매는 버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덩굴 작물은 익을 무렵 자주 들러 제때 거두는 것이 맛과 안전을 함께 지키는 방법입니다.

마치며

처음 텃밭을 시작한다면 상추와 방울토마토, 가지 두세 포기로 기본을 잡고, 토마토나 양배추처럼 관리가 까다로운 작물은 한 해에 하나씩 늘려 가는 방법을 권합니다. 다만 제 텃밭은 햇볕이 잘 들고 물을 쓸 수 있는 땅이라, 그늘지거나 물을 대기 어려운 밭이라면 결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물이 없는 밭과 물을 쓸 수 있는 땅에서 작물 선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주말농장 텃밭 작물 추천에, 두 해 연속 실패한 당근 이야기는 텃밭 당근 키우기 실패담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 글은 2026년까지 전원주택지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결과를 바탕으로 썼으며, 재배 시기는 농촌진흥청 농사로, 배꼽썩음병 설명은 한국토양비료학회지 논문과 미국 캘리포니아대 농업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지역과 토양 조건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