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을 준비하며 집 가까운 전원주택지에 텃밭을 일군 지 몇 해가 되었습니다. 가까운 덕분에 자주 들르는데, 흙을 만지고 모종이 며칠 사이에 훌쩍 자란 모습을 볼 때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기려면 텃밭 멀칭과 물 주는 방식부터 손봐, 풀과 물에 쓰는 품을 줄여야 했습니다.
멀칭과 점적 관수, 포기 간격을 바꾼 이야기는 텃밭 모종 몇 개 심을까에서 짧게 적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과정에서 실제로 부딪힌 실수와, 몇 해 해 보며 자리 잡은 텃밭 멀칭과 점적호스의 세부 요령을 조금 더 자세히 정리합니다.
목차
텃밭 멀칭 비닐은 완전히 검은 것으로
텃밭 멀칭을 처음 할 때는 비닐에도 종류가 있다는 것을 몰라, 가운데에 흰 줄이 들어간 비닐을 사서 덮었습니다. 그런데 모종을 심으려고 뚫는 구멍이 하필 그 흰 부분에 나다 보니, 흰색 사이로 햇빛이 들어가 비닐 밑에서 풀이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이듬해부터는 완전히 검은 비닐만 쓰고 있습니다. 빛이 들지 않으니 비닐 밑 풀이 눈에 띄게 줄었고, 풀을 뽑을 곳도 모종 구멍 주변 정도로 좁아졌습니다.
비닐 색에 따라 장단점도 다릅니다. 농촌진흥청 농사로 자료에 따르면 투명 비닐은 땅을 더 따뜻하게 해 수확량이 가장 많지만 비닐 밑에서 풀이 일찍 올라와 제초가 어렵고, 검은 비닐은 수확량이 조금 적은 대신 풀 매는 일을 크게 덜어 준다고 합니다. 일손이 넉넉하지 않은 텃밭이라면 검은 비닐이 더 맞는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닐 밑 점적호스, 타이머 없이 쓰는 방법
물은 구멍이 뚫린 점적호스로 줍니다. 이랑에 호스를 먼저 깔고 그 위에 멀칭 비닐을 덮기 때문에, 물이 비닐 아래에서 뿌리 쪽으로만 천천히 스며듭니다.
자주 들르기는 해도 매번 물 주기 좋은 아침저녁에 맞춰 가기는 어려워, 타이머는 따로 달지 않고 수도를 약하게 틀어 두는 방식으로 쓰고 있으며, 비가 오면 수도를 잠급니다. 비가 오는 동안에도 물이 계속 나오면 흙이 지나치게 젖어 작물이 상하거나 썩기 쉬워, 이 부분만큼은 꼭 챙기고 있습니다.
쓰다 보면 호스 중간이 터지는 곳이 생기기도 합니다. 물이 한쪽으로 몰리지 않는지 가끔 살펴보고 손을 봐 줘야 해서, 한 번 깔아 두면 끝나는 장비라기보다는 조금씩 돌보며 함께 쓰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다만 점적호스만으로는 물이 모자랄 때가 있어, 가물거나 물을 흠뻑 줘야 할 때는 일반 물 호스로 직접 뿌리는 방법을 함께 쓰고 있습니다.
손으로 물을 줄 때와 달라진 것
점적호스를 쓰기 전에는 호스를 들고 직접 물을 뿌렸습니다. 해 보면 물 주는 데만 시간이 한참 걸리고, 한낮을 피해 아침이나 저녁에 맞춰 가야 해서 밭에 가는 날은 하루 일정이 물 주기에 묶이곤 했습니다.
손으로 뿌리면 멀칭하지 않은 고랑까지 물이 들어가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젖은 고랑에서는 풀이 더 잘 자라, 물을 주고 나면 풀 뽑을 일이 함께 늘어났습니다.
점적호스로 바꾼 뒤로는 아침저녁으로 서둘러 갈 필요가 없어졌고, 물이 필요한 이랑에만 가니 고랑 풀도 덜 자랐습니다. 그렇게 생긴 여유 덕분에 밭에 가면 일을 하기보다 작물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었고, 텃밭이 주는 즐거움도 그때부터 제대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포기 간격은 권장 간격보다 넉넉하게
포기 간격은 멀칭이나 물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초보일 때는 작물이 얼마나 크고 옆으로 얼마나 퍼질지 가늠하기 어려워, 모종이 작을 때 보기 좋게 촘촘히 심기 쉽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작물별로 권하는 간격보다 조금 더 넓게 심기를 권합니다. 농촌진흥청은 김장배추 심는 거리를 조생종 60×35cm, 중생종 60×45cm, 만생종 65×45cm 정도로 안내하고 있고, 고추는 포기 사이 35~50cm를 권한 농업기술센터의 안내가 있어, 이 숫자를 기준으로 여유를 조금 더 두는 편입니다.
고추는 곁순을 정리해 주면 옆으로 튼튼하게 퍼지며 자라는데, 포기 사이가 좁으면 바람이 통하지 않고 서로 그늘을 만들어 진딧물 같은 병해충이 생기고 옆 포기로 옮겨 가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멀리 띄울수록 좋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포기 사이가 너무 넓으면 비바람에 쉽게 쓰러지기 때문에, 지지대를 세우고 끈으로 묶어 주더라도 서로 기댈 만큼의 거리는 남겨 두는 것이 좋다고 느꼈습니다. 배추와 무도 마찬가지여서, 간격이 좁으면 자랄 자리가 모자라 결국 작게 자랐습니다.
마치며
완전히 검은 비닐로 텃밭 멀칭을 해 풀을 줄이고, 비닐 밑 점적호스로 물 걱정을 덜고, 포기 사이를 넉넉히 두는 것만으로도 텃밭 일이 훨씬 가벼워졌습니다. 풀과 씨름하던 시간이 줄어든 만큼 작물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시간이 늘었고, 지금은 텃밭에 들르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한 때가 되었습니다. 귀농귀촌을 꿈꾸고 있다면 작은 텃밭에서 이런 기본기를 먼저 익혀 보는 것도 좋은 출발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제 텃밭은 물과 전기를 쓸 수 있는 땅이라, 물을 대기 어렵거나 흙의 성질이 다른 밭에서는 맞는 방법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전원주택지 텃밭에서 직접 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썼으며, 멀칭 비닐 비교는 농촌진흥청 농사로, 작물별 심는 거리는 농촌진흥청과 농업기술센터 안내를 참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