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와 무를 거두고 나면 한 해 텃밭 농사도 마무리에 들어갑니다. 수확의 기쁨이 지나간 자리에는 걷어야 할 비닐과 손봐야 할 호스가 남는데, 이 정리를 어떻게 해 두느냐에 따라 이듬해 봄 텃밭을 시작하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해마다 하는 가을 텃밭 정리 방법과, 비닐과 호스를 몇 해 써 보며 알게 된 점을 함께 정리합니다.
목차
가을 텃밭 정리는 깨끗이, 겉껍질은 거름으로
배추와 무를 거둔 뒤에는 밭을 깨끗이 치우되, 다듬으며 나온 겉껍질 같은 것은 내년에 작물을 심을 자리에 뿌려 둡니다. 거름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 해째 그대로 두고 있는데, 겨울을 나고 나면 다 썩어서 흔적도 없이 흙으로 돌아가 있습니다.
다만 병이 든 잎까지 남겨 두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미국 조지아대 농업생명과학대학의 가을 정리 자료에 따르면 곰팡이나 세균 같은 병원균이 병든 식물 잔재 속에서 겨울을 나고 이듬해 다시 병을 일으킬 수 있어, 가을에 병든 잔재를 치우는 것이 다음 해 병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상태가 좋지 않은 잎은 따로 치우고, 성한 겉껍질만 밭에 남기는 편이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멀칭 비닐은 남김없이 걷어 재활용으로
텃밭 멀칭에 쓴 비닐은 한 해만 쓰는 일회용이라, 수확이 끝나면 모두 걷어 냅니다. 비닐 조각이 작물 잔재와 섞이거나 흙 속으로 도로 들어가면 땅에 그대로 남기 때문에, 이것만큼은 확실하게 걷어 버리고 있습니다.
걷은 비닐은 재활용으로 내놓습니다. 시골에도 마을회관 주변에 폐비닐을 모아 두는 곳이 마련되어 있어, 흙을 털어 그곳에 가져다 둡니다.
영농폐비닐은 지자체와 한국환경공단이 함께 모아 처리하는데, 지역에 따라서는 마을 공동집하장에 모인 비닐을 이물질이 섞인 정도에 따라 등급을 나눠 보상금을 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광주광역시는 2025년에 폐비닐 1kg당 120~140원을 보상한다고 밝혔습니다. 흙이나 이물질이 많이 섞이면 보상에서 빠질 수 있으니, 가져가기 전에 최대한 털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점적호스와 물 호스, 햇빛이 수명을 줄인다
점적호스는 첫해에는 문제없이 썼지만, 두 해째 다시 쓰려고 보니 여기저기 파손된 곳이 생겨 물이 새어 나왔습니다. 망가진 부분을 잘라 내고 이어 쓰기도 했는데, 계속 쓰기는 어려웠고 재활용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수도에서 밭까지 물을 끌어와 직접 뿌릴 때 쓰는 물 호스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마트에서 산 호스를 밭에 늘 깔아 두었더니 햇빛을 오래 받아 자주 망가져, 지금 쓰는 것이 벌써 세 번째입니다.
두 호스 모두 햇빛에 계속 노출되면서 수명이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가을 텃밭 정리를 할 때는 호스도 함께 살펴보게 됩니다. 작물을 키우지 않는 겨울 동안은 밭에 그대로 두기보다 걷어서 물을 빼고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 보관하면 조금이라도 더 오래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밭이 쉬는 겨울, 토양검정을 받기 좋은 때
가을 텃밭 정리를 마친 뒤는 흙 상태를 확인해 보기에도 좋은 시기입니다. 농촌진흥청은 농한기에 토양검정을 받으라고 권하는데, 퇴비나 비료를 넣기 전에 흙을 채취해야 결과가 정확하게 나오기 때문입니다.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흙 표면의 잔재물을 걷어 내고 15cm 정도 깊이에서 밭 여러 곳의 흙을 조금씩 떠서 섞은 뒤, 그늘에 말려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가져가면 됩니다. 보름쯤 지나면 비료사용처방서가 나오고, 흙토람 누리집에서도 결과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검정 항목은 흙의 산도(pH)와 전기전도도, 유기물, 유효인산, 칼륨·칼슘·마그네슘 같은 양분입니다. 농촌진흥청은 처방서에 맞춰 비료를 쓰면 필요 없는 비료를 줄여 비용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텃밭처럼 작은 밭이라도 무엇이 모자라고 무엇이 넘치는지 알고 나면, 이듬해 봄 퇴비와 비료를 얼마나 넣을지 감으로만 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아직 토양검정을 받아 보지 않았지만, 원래 농사를 짓던 땅이 아니어서 큰 토마토가 배꼽썩음병으로 고생한 해가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한 번쯤 받아 볼 만하다고 느낍니다. 그 이야기는 텃밭 모종 몇 개 심을까에 적어 두었습니다.
마치며
가을 텃밭 정리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일이면서 이듬해 텃밭을 준비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비닐을 걷고 호스를 정리하고 나면 텅 빈 밭이 조금 허전해 보이지만, 그 자리에 내년에는 무엇을 심을지 그려 보는 시간도 텃밭이 주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입니다.
다만 이 글은 제 텃밭에서 해 온 방식이라, 밭의 크기나 지역의 폐비닐 수거 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폐비닐 수거 장소와 보상 여부는 마을 이장님이나 읍면사무소에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전원주택지 텃밭에서 직접 해 온 정리 방법을 바탕으로 썼으며, 병든 잔재 관리는 미국 조지아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자료, 토양검정은 농촌진흥청 안내, 영농폐비닐 보상은 2025년 광주광역시 사례 보도를 참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