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참외 키우기 (순지르기만 해 줘도 4포기에서 60개)

올해 우리 텃밭에서 가장 큰 기쁨을 준 작물은 참외였습니다. 참외는 남편이 맡아 키웠는데, 모종 6포기 가운데 4포기에서 60개가 넘는 참외를 거두었습니다.

처음 텃밭 참외를 심어 보려는 분들을 위해, 남편이 해 본 방법과 옆에서 지켜보며 느낀 점을 정리해 둡니다.

6포기, 덩굴이 뻗을 자리부터 정했습니다

텃밭 참외는 덩굴이 옆으로 길게 뻗는 작물이라, 무엇보다 자리를 넉넉하게 잡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남편은 5월 중순쯤 전원주택지 텃밭 한쪽에 덩굴이 마음껏 뻗을 수 있는 자리를 따로 마련해 4포기를 심었고, 자리가 모자라 나머지 2포기는 두엄을 쌓아 둔 자리 옆에 심었습니다.

다른 작물은 대부분 멀칭한 이랑에 심지만, 참외는 덩굴이 넓게 퍼질 수 있도록 멀칭을 하지 않은 땅에 심었습니다. 덩굴 작물은 심는 순간보다 한여름에 얼마나 퍼질지를 생각해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 느꼈습니다.

거름이 많은 두엄 옆이라 오히려 더 잘 클 거라고 기대했던 2포기는, 어찌 된 일인지 자라지 못하고 죽어 버렸습니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거름이 너무 많거나 덜 삭은 거름 가까이에 심으면 오히려 뿌리가 상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탓이 아니었을까 짐작하고 있습니다. 거름은 많을수록 좋은 줄 알았는데, 작물에게도 알맞은 정도가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순지르기, 열매는 손자덩굴에 달립니다

텃밭 참외를 키우며 가장 중요했던 것은 순지르기였습니다. 참외는 원줄기(어미덩굴)가 아니라 곁가지에서 다시 나온 손자덩굴에 열매가 달리기 때문에, 덩굴 끝을 일부러 집어 곁가지를 내 줘야 열매가 많이 달린다고 합니다. 남편은 유튜브 영상을 보며 이 방법을 익혔는데, 원줄기를 할아버지순, 거기서 나온 곁가지를 아버지순, 다시 나온 덩굴을 자식순이라고 부르며 열매는 자식순에 달린다는 것을 늘 강조했습니다. 이렇게 세대로 나눠 기억하니 어느 순을 집어야 할지 헷갈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저는 옆에서 몇 번이나 설명을 들었는데도, 막상 덩굴 앞에 서면 어느 것이 아버지순이고 어느 것이 자식순인지 여전히 헷갈립니다. 그래서 순지르기는 늘 남편 몫이었고, 저는 커 가는 참외를 구경하고 따는 쪽을 맡았습니다.

순서는 이렇게 했습니다.

  • 본잎이 4~5장일 때 원줄기 끝을 손으로 집어 끊습니다.
  • 옆에서 나온 아들덩굴 가운데 튼튼한 것 2~3개만 남깁니다.
  • 아들덩굴이 15~20마디쯤 자라면 끝을 집어 줍니다.
  • 아들덩굴에서 나온 손자덩굴에 열매가 달리면, 열매 위로 잎 2~3장만 남기고 끝을 집습니다.

이 방법은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의 참외 재배 자료에 나온 순지르기 기준과도 거의 같습니다. 순을 집어 주고 나니 덩굴이 쭉쭉 뻗어 나갔고, 며칠에 한 번씩 가 볼 때마다 조그맣던 참외가 쑥쑥 커 있어서 텃밭에 가는 길이 늘 기다려졌습니다.

텃밭 참외 덩굴과 그물망 위에 달린 애플수박
6월 중순, 아래쪽 둥근 잎 덩굴이 참외이고 그물망 위에 달린 것은 함께 키운 애플수박입니다

다 땄다 싶으면 또 숨어 있는 참외

7월 말, 여름휴가를 떠나기 전에 텃밭에 들렀더니 참외가 갑자기 주렁주렁 열려 있었습니다. 참외는 익을 때를 놓치면 버려야 하니, 딸에게 얼른 가서 따 먹으라고 부탁했고 딸이 할머니와 함께 가서 세 자루쯤 담아 왔습니다.

참외 수확은 숨은그림찾기 같았습니다. 다 땄다고 생각하고 덩굴을 들춰 보면 잎 아래에 또 숨어서 자라고 있었고, 며칠 뒤에 가 보면 미처 못 본 참외가 또 익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거둔 참외가 60개는 넘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 딴 참외는 생각보다 맛이 조금 덜했지만, 날이 갈수록 단맛이 들었습니다. 반대로 딸 때를 넘기면 겉이 갈라져 버리기도 해서, 익은 참외는 보이는 대로 얼른 따서 바로바로 먹었습니다.

그래서 익었는지 잘 살피는 것이 중요했는데, 꼭지 쪽이 노랗게 변하고 참외 향이 나는지로 판단하면 됩니다. 앞의 농업기술원 자료에 따르면 꽃이 피고 열매가 달린 뒤 더운 시기에는 27~30일쯤이면 딸 수 있고, 덜 익은 참외는 따 두어도 단맛과 향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낮을 피해 오전이나 늦은 오후에 따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무농약 참외, 나눠 먹는 즐거움

세 자루 가운데 두 자루는 마을 경로당에 나눠 드리고, 나머지는 집에서 먹었습니다. 약을 치지 않고 키운 텃밭 참외라 껍질째 깨물어도 마음이 편했고, 무엇보다 맛이 아주 좋아 여름 내내 최고의 간식이 되었습니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도 참외를 무척 좋아해서, 참외를 깎을 때면 늘 옆에 와서 기다렸습니다. 주변 지인들과도 나눠 먹으며, 직접 키운 작물을 나누는 일이 텃밭이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이라는 것을 다시 느꼈습니다.

마치며

텃밭 참외는 자리를 넉넉히 잡고 순지르기만 제때 해 주면, 텃밭에서도 충분히 많이 거둘 수 있는 작물이었습니다. 덩굴 사이에 숨은 참외를 하나씩 찾아내는 재미까지 더해져, 올여름 텃밭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다만 이 글은 우리 텃밭에서 한 해 키워 본 경험이라, 지역의 기온이나 품종, 밭의 조건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심는 시기와 품종은 가까운 농업기술센터나 농촌진흥청 농사로에서 함께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텃밭에서 키운 다른 작물 이야기는 텃밭 모종 몇 개 심을까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 글은 2026년 전원주택지 텃밭에서 가족이 직접 키운 참외를 바탕으로 썼으며, 순지르기 기준과 수확 시기는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참외 재배 자료를 참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