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봄, 시골 땅에 호두나무 묘목을 심었습니다. 가족이 다 같이 가서 심고 남편이 틈틈이 돌봤지만, 지금은 거의 다 죽었습니다. 그 경험과 나중에 찾아본 공식 자료를 함께 정리했습니다.
농사를 잘 모르는 초보 농부라 놓친 것이 많았습니다. 귀농귀촌을 준비하며 호두나무 심기를 고민하는 분이 땅 고르기부터 묘목 값, 심은 뒤 관리까지 미리 따져 보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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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나무를 심게 된 이유
시작은 호두나무가 돈이 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한 번 심어 두면 손이 많이 가지 않는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나무는 한 번 자리 잡으면 오래가니, 나중에 아이들에게 물려주면 좋겠다는 마음도 컸습니다.
그 땅은 원래 들깨를 키우던 470평 정도의 밭입니다. 연세 드신 어머님이 해마다 농사를 지으시는 게 걱정됐는데, 나무를 심어 두면 힘든 농사를 그만하실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호두나무가 잘 자라는 땅
호두나무 심기는 땅을 고르는 데서 시작합니다. 산림청 임산물 재배 자료를 보면, 호두나무는 배수와 통기가 좋은 사질양토나 양토에 알맞습니다. 해발 400m 이하, 경사 15도 미만, 흙 깊이 1.5~2m 이상인 곳이 좋다고 합니다.
반대로 과습하거나 점토질인 땅에서는 병 피해가 심해진다고 나와 있습니다. 내륙 고지대는 겨울 추위 피해를, 북서풍을 정면으로 받는 곳은 바람 피해를 조심해야 합니다.
저희 밭은 시골집에서 걸어서 15분이면 닿는 가까운 곳이고, 경사도 거의 없는 평평한 땅이었습니다. 다만 길과 바로 닿지 않는 맹지라 들어가는 길이 썩 좋지 않았고, 무엇보다 물이 잘 빠지는 땅인지는 확인하지 않고 심었습니다.
묘목 고르기와 가격
묘목은 남편이 알아본 충남의 한 묘목 농원에 직접 가서 골랐습니다. 너무 어린 묘목을 심으면 잘 죽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느 정도 자란 묘목으로 골랐습니다. 한 그루에 2만 원쯤이었고, 모두 100만 원어치를 샀습니다.
2026년 10월에 한 묘목 농원의 판매 가격을 찾아보니, 1년생은 1만~1만 8천 원, 2년생은 2만~2만 5천 원부터였습니다. 품종과 나이, 등급에 따라 값이 달라지니 여러 곳을 비교해 보는 게 좋습니다.
묘목을 고를 때 하나 더 알아 둘 것이 있습니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꽃 피는 시기가 다른 품종을 전체의 10~20% 정도 섞어 심어야 열매가 잘 맺힌다고 합니다. 저희는 그때 이런 내용을 모르고 샀습니다.
심는 시기와 방법
산림청 자료에서 권하는 호두나무 심기 시기는 땅이 녹은 직후인 3월 중순에서 4월 상순입니다. 간격은 6m×6m, 구덩이는 너비와 깊이 각각 90cm 정도로 팝니다.
구덩이마다 퇴비 10kg과 복합비료를 흙과 섞어 넣고, 묘목을 곧게 세워 심은 뒤 낙엽이나 마른 풀로 덮어 마르지 않게 합니다.

저희는 먼저 3월 중순에 20kg짜리 가축분 퇴비 40포대를 밭에 뿌렸습니다. 퇴비를 넣고 바로 심으면 퇴비에서 나오는 가스 때문에 뿌리가 상할 수 있으니, 가스가 빠지도록 2주 정도는 지나서 심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심는 건 4월로 미뤘습니다.
4월 초, 마을 이장님께 비용을 드리고 트랙터로 밭을 갈았습니다. 그날 바로 고랑을 만들고, 심을 자리는 말뚝을 박고 줄을 띄워 간격을 맞춘 뒤 가족이 다 같이 묘목을 심었습니다.
풀이 올라오지 않도록 검은 천을 덮었고, 나무가 자랄 것을 생각해 간격도 넓게 띄웠습니다.
심은 뒤 관리, 그리고 물 많은 땅
손이 안 간다는 말과 달리, 자료에 나온 관리 일은 꽤 많았습니다. 풀베기는 해마다 6월과 8월 두 번, 거름은 잎이 나기 전인 2~3월에 주고 나무가 클수록 양을 늘립니다. 겹치거나 병든 가지를 솎아 내는 가지치기와, 장마철에 심해지는 탄저병 관리도 필요합니다.
남편이 종종 가서 돌봤지만 나무는 하나둘 죽어 갔고, 지금은 거의 남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땅에 물이 많았던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봅니다. 저희가 원인을 정확히 따져 본 것은 아니어서 다른 이유가 함께 있었을 수도 있지만, 과습한 땅에서 병이 심해진다는 자료와는 맞아떨어집니다.
물이 잘 빠지지 않는 땅이라면 대책을 먼저 세워야 합니다. 농촌진흥청이 논에서 밭작물을 키울 때의 습해 대책으로 소개한 방법을 보면, 두둑을 25~30cm 높이로 올리고 밭 가장자리에 배수로를 내 물이 고이지 않게 합니다. 호두나무 심기 전에 지역 농업기술센터에 배수 방법을 먼저 상담해 보시길 권합니다.
다시 호두나무를 심는다면
가장 먼저 땅의 물 빠짐을 보겠습니다. 비가 많이 온 다음 날 밭에 가서 물이 고이는지, 발이 빠지는지만 봐도 많은 걸 알 수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흙토람에서 지번으로 토양 정보를 찾아보거나, 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토양 검정을 받아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처음부터 많이 심지도 않겠습니다. 몇 그루로 먼저 시작해 한두 해 지켜보고, 땅과 나무가 맞는다는 걸 확인한 다음 늘렸다면 손해를 훨씬 줄였을 것 같습니다.
돈이 되기까지의 시간도 넉넉히 잡아야 합니다. 산림청 자료는 지금 재배되는 호두나무 상당수를 10년 안팎이라 아직 수확량이 적은 나무로 표현합니다.
날씨의 영향도 큽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6년 9월 호두 임업관측에 따르면, 올해 호두 생산량은 냉해와 서리, 가뭄, 폭염 피해로 전년보다 줄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같은 자료에서 8월 국산 피호두(상품) 소비자 가격은 1kg당 2만 6,500원이었습니다. 몇 해 만에 수입이 생기는 작목이라기보다, 오래 보고 가꾸는 나무라고 생각하는 편이 맞을 것 같습니다.
돌아보면 돈이 된다는 말보다 내 땅과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을 먼저 따져 보는 것이 호두나무 심기의 진짜 시작이었습니다.
귀농 작목을 고르는 기준은 귀농 작목 추천 글에도 정리해 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