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6년 정도 텃밭에서 직접 키운 배추로 해마다 김장을 해 왔는데, 보통 150포기쯤 했고 작년에는 200포기 가까이 했습니다. 사 먹는 김치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이지만 그만큼 손이 많이 가는 일이기도 해서, 6년 동안 겪은 일을 솔직하게 정리해 봤습니다.
목차
6년 동안 밭에서 해 온 김장
우리 집 김장은 해마다 가족이 다 모여 집에서 가까운 전원주택지에서 합니다. 아직 집은 짓지 않았지만 컨테이너 하우스가 있고 물과 전기가 들어와 김장하기 좋습니다.
밭에서 배추를 뽑아 그 자리에서 절이고, 씻고, 양념해서 담급니다. 갓 뽑은 배추로 바로 담그면 정말 맛있어서, 힘들어도 해마다 하게 됐습니다.
작년에는 밭 한쪽에 배추를 심어 지인 세 집과 함께 김장을 했는데, 200포기 가까이 되다 보니 3일 정도 걸렸습니다. 솔직히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이렇게 크게는 안 하려고 하고, 넉넉히 담가 둔 덕분에 앞으로 2년은 김장을 안 해도 먹을 게 있습니다.

농약 없이 텃밭 배추 키우기
배추를 농약 없이 키우려고 별짓을 다 해 봤습니다. 배추를 심으면 사람보다 벌레가 먼저 찾아오는데, 벌레 때문에 유튜브를 엄청나게 보다가 농부들도 유튜브를 한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재미있는 건 그때 초보였던 농부 유튜버들이 지금은 아주 유명한 분들이 됐다는 것입니다.
벌레를 쫓으려고 막걸리, 식초, 사카린을 뿌려 보는 등 여러 방법을 써 봤고, 해마다 조금씩 나아져 배추도 점점 더 잘 키우게 됐습니다. 농약 없이 키우려면 결국 벌레를 손으로 잡는 수밖에 없는데, 이 일은 주로 엄마가 맡아 주셨습니다. 엄마의 손이 아니었다면 농약 없이 배추를 키우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가을배추에 흔히 꼬이는 벌레로는 잎을 갉아 먹는 배추흰나비 애벌레(청벌레)와 어린잎에 작은 구멍을 숭숭 내는 벼룩잎벌레 등이 꼽힙니다. 모종이 어릴 때 피해를 입으면 회복이 더뎌서, 심은 직후 한 달 정도가 특히 신경 써야 하는 시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심자마자 촘촘한 망인 한랭사를 씌워 벌레가 앉지 못하게 막는 방법도 써 봤는데, 밭 전체를 덮기에는 면적에 비해 비용이 꽤 들어 벌레가 유독 많이 꼬이는 줄 위주로 일부만 씌웠습니다. 넓은 밭이라면 전부 덮기보다 피해가 큰 곳부터 골라 쓰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항암배추가 한창 유행할 때 심어 본 적이 있는데, 배추가 너무 맛있어서 그해 김치는 가족과 지인들이 특히 잘 먹었습니다.
동치미도 기억에 남습니다. 거름을 따로 하지 않은 땅에서 키운 무라 크기는 작았지만 맛은 정말 좋아서, 큰아들은 지금도 그 동치미가 먹고 싶다고 합니다.
김장 일정 잡는 법과 미리 생각할 것
김장용 가을배추는 중부지방 기준으로 보통 8월 중하순에 모종을 심고 11월 중하순에 거둡니다. 다만 지역과 그해 날씨에 따라 1~2주씩 달라질 수 있으니, 심기 전에 농촌진흥청 농사로에서 지역별 재배 일정을 확인해 두면 좋습니다. 텃밭 배추는 심는 날짜가 늦어지면 속이 덜 차고, 너무 이르면 더위에 벌레가 더 많이 꼬입니다.
김장 날짜는 배추를 뽑는 날에 맞춰 미리 정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여러 집이 함께 하면 일정 맞추기가 생각보다 어렵고, 절임·세척·양념까지 하려면 하루로는 부족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6년 동안 해 보니 이런 점은 미리 생각해 두면 좋겠습니다.
- 양은 욕심내지 않기: 200포기는 여러 집이 모여도 3일이 걸리니, 처음이라면 먹을 만큼만
- 물과 장소 확인하기: 밭에서 바로 절이고 씻으려면 물이 꼭 필요
- 벌레는 자주 살피기: 농약 없이 키우려면 갈 때마다 꼼꼼히 들여다보는 수밖에 없음
- 나눔은 즐겁지만 돈은 기대하지 않기: 텃밭 김장은 소득보다 보람으로 하는 일
돈보다 나눔, 귀촌 텃밭으로 이어 온 김장
그런데 올해도 배추를 40포기 정도 심었습니다. 이번에는 김장용이 아니라 생으로 먹고, 지인들께 나눠 드리고, 농약을 치지 않았으니 우리 강아지에게도 조금씩 주려고 합니다.
배추가 커 가는 걸 볼 때면 마음이 흐뭇하고, 그 맛에 농사를 짓는 것 같습니다. 다만 돈은 안 됩니다. 김장한 김치도 여러 집에 나눠 주지만 돈을 받기는 어려워 사실상 나눔이고, 물 주고 가꾸고 벌레 잡는 일을 생각하면 소득보다는 소일거리에 가깝습니다.
귀농을 준비하다 자금과 체력 때문에 멈췄지만, 텃밭 김장은 6년째 이어 오고 있습니다. 농사로 돈을 버는 귀농은 쉽지 않았어도 이렇게 작게 농사짓고 나누며 사는 귀촌 생활은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느끼기에, 귀농과 귀촌 사이에서 고민하신다면 텃밭 배추 김장 한 번으로 시작해 보셔도 좋습니다.
마치며
직접 키운 배추로 하는 김장은 힘들지만, 밭에서 바로 담근 김치 맛과 가족이 다 같이 모이는 시간은 다른 무엇과도 바꾸기 어렵습니다. 올해는 김장을 쉬지만, 배추가 자라는 걸 보며 또 내년 김장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물 없는 밭과 물 있는 땅에서 배추를 키운 이야기는 주말농장 텃밭 작물 추천 글에, 귀농 대신 귀촌을 택한 이유는 귀농 귀촌 차이, 저는 귀촌을 택했습니다 글에 적어 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