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8일, 단골 된장 맛집에서 친구와 함께 새 장을 담그고 지난 장을 갈랐습니다. 메주를 씻고 으깨는 일부터 가을에 익은 된장을 받아 오기까지, 직접 해 본 과정과 찾아보며 알게 된 장 담그기 방법을 함께 정리했습니다.
목차
단골 맛집에서 시작된 장 담그기
공주에 저희가 자주 찾는 된장 맛집이 있습니다. 청국장과 된장으로 이름난 곳입니다. 사장님이 직접 키운 콩에 좋은 물을 써서 장을 담그고, 식당 한쪽에 살림을 하시며 장을 판매도 하시는 곳입니다.
자주 드나들다 보니 저희도 장을 한번 담가 보고 싶어서, 사장님께 여러 번 부탁을 드렸습니다. 결국 사장님이 허락해 주셔서 친구와 함께 하게 됐습니다.
장 담그는 순서와 시기
전통 장은 크게 두 번에 걸쳐 만듭니다. 먼저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 장을 담그고, 몇십 일 뒤 메주를 건져 된장과 간장으로 나누는 장 가르기를 합니다. 공공 기관 소식지에 소개된 방법을 순서대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메주 손질: 잘 띄운 메주를 물로 씻어 곰팡이와 잡티를 없애고 햇볕에 말립니다. 흰 곰팡이와 노란 곰팡이가 고루 핀 메주가 잘 뜬 메주로 꼽힙니다.
- 항아리 소독: 달군 숯에 꿀을 한 방울 떨어뜨려, 그 연기로 항아리를 소독하기도 합니다.
- 소금물 만들기: 간수를 뺀 천일염을 물에 녹입니다. 메주 1말에 소금 5.5~6kg, 물 30리터 비율이 소개돼 있고, 염도계가 없으면 날달걀을 띄워 500원짜리 동전 크기만큼 떠오르면 알맞은 농도로 봅니다.
- 장 담그기: 항아리에 메주를 넣고 잠길 만큼 소금물을 부은 뒤 숯, 말린 고추, 대추를 띄웁니다.
- 장 가르기: 50일쯤 지나 메주를 건져 내면, 남은 장물은 간장이 되고 건진 메주는 으깨서 된장으로 만듭니다.
- 숙성과 관리: 볕 좋은 날 뚜껑을 열어 햇볕과 바람을 쐬어 주며 익힙니다.
순서와 비율은 서울시 ‘내 손안에 서울’과 강남구 소식지 ‘강남라이프’에 소개된 내용을 참고했습니다. 담그는 시기는 정월장, 이월장, 삼월장으로 나뉘는데, 서울시 기사에서는 추위가 덜 풀린 정월장을 가장 높게 친다고 소개합니다. 소금이 적게 들고 오래 숙성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기사에 소개된 행사도 2월 초에 장을 담그고 4월에 장 가르기를 하는 일정이었습니다. 저희가 함께한 날은 사장님이 장 담그기 좋은 날이라며 잡아 주신 4월 8일이었습니다.
새 장을 담그고 지난 장을 가른 날
그날은 두 가지 일을 함께 했습니다. 하나는 새 장을 담그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미리 담가 둔 장을 가르는 일이었습니다.
새 장은 메주를 깨끗이 씻어 항아리에 넣고, 소금물 농도를 맞춰 붓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메주가 잠길 만큼 소금물을 부어 두면, 몇십 일 동안 메주의 맛이 소금물로 우러납니다.
장 가르기는 미리 담가 둔 항아리에서 메주를 꺼내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소금물에 불은 메주를 처음에는 기계로 부수고, 그다음에는 손으로 일일이 만져 가며 덩어리 없이 고르게 치댔습니다. 이렇게 으깬 메주는 된장이 되어 다시 항아리에 담겼고, 메주를 건지고 남은 장물은 간장이 됐습니다.
막상 해 보니 생각보다 훨씬 고된 일이었습니다. 메주를 으깨고 치대는 일은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날 만큼 손과 팔을 많이 썼습니다. 여럿이 모여 함께 하는 이유를 몸으로 알게 됐습니다.
몇 달의 숙성, 가을에 받아 온 된장과 간장
장은 담그는 날보다 그 뒤가 더 중요했습니다. 사장님은 날이 좋은 날마다 장독 뚜껑을 열어 볕을 쬐어 주시며 몇 달 동안 손수 관리해 주셨습니다. 식당 일로 바쁘신 와중에 저희 장독까지 챙겨 주신 셈이라,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컸습니다.
된장은 가을쯤 김치통에 옮겨 담아 가져왔고, 지금도 집에서 먹고 있습니다. 역시 된장 맛집 사장님 손을 거쳐서인지 맛이 좋습니다. 메주를 건지고 남은 장물로 만든 간장도 두 통 챙겨 주셨습니다. 버섯, 멸치 같은 육수 재료를 넣어 맛을 낸 조선간장이라, 국을 끓일 때 넣어 쓰고 있습니다.
장작불 솥뚜껑 삼겹살로 마무리
장을 다 담근 뒤에는 함께 도와주신 분들과 솥뚜껑 삼겹살 파티를 했습니다. 장작불 위에 솥뚜껑을 올려 구운 삼겹살은 정말 맛있었고, 고된 일을 함께 끝낸 뒤라 더 즐거웠습니다. 이번 장 담그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입니다.
이런 경험은 가까이에 시골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2024년 12월에는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는데, 유네스코는 장 담그기가 공동체의 소속감을 키운다는 점을 높이 봤다고 합니다. 여럿이 모여 메주를 으깨고 밥을 나눈 그날을 떠올리면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습니다.
장 담그기 체험, 어디서 어떻게 해 볼까
장 담그기는 혼자 처음부터 해 보기보다, 담가 본 분 곁에서 한 번 함께 해 보는 게 좋습니다. 메주 상태를 보고 소금물을 맞추는 일은 글로 배우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체험할 곳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앞의 서울시 기사에 소개된 강서구 행사는 주민센터 옥상 장독대에서 열렸고, 참가비 4만 5천 원에 된장 3kg과 간장 1kg을 받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런 지자체 프로그램을 찾아보거나, 한국농어촌공사가 운영하는 농촌여행 포털 웰촌에서 지역별 농촌 체험 마을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장을 직접 담그는 식당이나 농가와 인연이 있다면, 저희처럼 부탁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체험을 정할 때는 담근 뒤 관리를 누가 하는지 꼭 물어보세요. 장은 몇 달 동안 볕을 쬐고 살펴야 맛이 드는데, 저희는 사장님이 그 일을 맡아 주셨기에 가능했습니다. 집으로 바로 가져가야 하는 체험이라면 항아리 둘 곳과 관리 방법까지 미리 생각해 두는 게 좋습니다.

준비물도 간단히 챙기면 좋습니다. 그날 함께한 분들은 모두 고무장갑과 앞치마를 하고, 머리에는 위생모를 썼습니다. 메주를 으깨다 보면 장물이 튀고 쪼그려 앉아 오래 일하게 되니, 더러워져도 괜찮은 편한 옷을 입고 가는 걸 권합니다.
장 담그기는 치유농업 프로그램에서도 많이 쓰입니다. 치유농장 이야기는 치유농업 총정리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