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농사, 수확 뒤가 더 중요합니다 (캐는 깊이와 말리기)

2022년, 남편이 처음으로 감자 농사를 지었습니다. 저는 일이 바빠 거의 신경을 쓰지 못했고, 남편은 농사를 지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혼자 알아보고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씨감자 3박스를 심어 손에 쥔 돈은 1만 5천 원이었습니다. 감자가 안 열려서가 아니라 캐는 방법과 캔 뒤 다루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감자 농사를 처음 시작하는 분이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그해 있었던 일과 나중에 찾아보며 알게 된 것을 정리해 둡니다.

씨감자 구하기부터 심기까지

남편은 농업경영체 등록 문제로 여기저기 알아보러 다니던 중에 씨감자 정보를 얻었다고 합니다. 강원도 홍천에서 수미 감자 씨감자를 신청해 택배로 받았고, 한 박스에 3만 4천 원씩 4박스를 샀습니다. 그중 한 박스는 필요하다는 친구에게 주고 3박스를 심었습니다.

수미는 1978년부터 40년 넘게 보급된 대표 감자 품종입니다. 다만 2024년 보도에 따르면 오랜 재배로 품종이 퇴화하면서 수확량이 줄어, 요즘은 두백·설봉 같은 신품종으로 바꾸는 농가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감자를 처음 심는다면 품종부터 지역 농업기술센터에 물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밭은 동네 분께 부탁해 경운과 비닐 멀칭을 한 뒤 감자를 심었습니다. 남편은 수확을 기대하며 감자를 담을 박스도 50개쯤 미리 사 두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심기 전부터 판매를 생각한 마음은 좋았지만, 정작 수확 이후를 어떻게 할지는 준비가 없었습니다.

감자 캐는 날, 깊이를 몰라 생긴 일

수확 날에는 감자 캐는 기계를 빌려 직접 캤습니다. 그런데 기계를 충분히 깊게 넣어야 하는 줄 모르고 얕게 파는 바람에, 기계 날에 상처가 나거나 반으로 잘린 감자가 많이 나왔습니다. 나머지는 호미를 들고 손으로 캤습니다.

그때 동네 아주머니 한 분이 다 캤으면 남은 감자를 캐 가도 되느냐고 물으셨고, 남편은 그러시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캐는 자리에서 남편이 캔 것보다 훨씬 크고 많은 감자가 나오더랍니다. 깊이 묻혀 있던 감자를 남편이 다 캐지 못했던 것입니다.

속이 상한 남편은 아주머니께 그만 캐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그 뒤로 한참을 호미로 다시 캤다고 합니다. 감자는 생각보다 깊고 넓게 달리니, 기계를 쓰든 호미를 쓰든 포기 둘레를 넉넉히 파 보는 것이 좋습니다. 기계를 빌릴 때는 작업 깊이를 맞추는 법을 미리 물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틀 비에 감자가 썩어 버린 이유

남편은 캔 감자를 팔려고 박스에 30개 정도씩 담아 트럭에 싣고 꽁꽁 싸 두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부터 이틀 동안 비가 내렸고, 비가 그친 뒤 열어 보니 감자가 다 썩어 가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원인은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캔 감자의 겉에 남은 물기를 말리지 않고 바로 담았고, 바람이 통하지 않게 싸맸으며, 기계에 상처 난 감자를 성한 감자와 한데 섞어 두었습니다. 상처 난 감자에서 시작된 부패가 습한 박스 안에서 금세 번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썩은 감자는 버릴 곳을 찾지 못해 한참을 돌아다녔고, 그 냄새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남편이 기억할 정도라고 합니다. 남편은 그해 이후 다시는 감자 농사를 짓지 않습니다. 동네 분이 한 박스를 사 가며 준 1만 5천 원이 그해 감자 농사로 번 전부였습니다.

다시 심는다면 지킬 수확과 보관 요령

감자 농사를 처음 한다면 심는 것보다 캔 뒤의 과정을 먼저 알아 두시길 권합니다. 남편의 경험과 나중에 찾아본 자료를 바탕으로 다시 한다면 지킬 것을 정리했습니다.

  • 흙이 마른 날 캐기: 농촌진흥청은 비가 오지 않는 날, 흙이 비교적 마른 때 수확하라고 안내합니다. 수확 날짜를 잡을 때는 그 뒤 며칠간의 비 예보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 상처 난 감자는 따로: 기계나 호미에 다친 감자는 성한 감자와 섞지 말고 따로 골라 먼저 먹거나 처리합니다.
  • 바로 담지 말고 아물리기: 농촌진흥청 보도자료를 보면, 캔 감자는 온도 20℃·습도 85% 정도에서 10~15일간 예비저장해 상처를 아물린 뒤 저장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이런 시설이 없다면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15일쯤 펴서 두는 방법을 안내합니다.
  • 밀폐하지 않기: 비닐로 꽁꽁 싸기보다 바람이 통하는 플라스틱이나 나무 상자에 담고, 빽빽하게 쌓지 않아야 습기가 차지 않습니다.

품종별 재배 시기와 병해충 정보는 농촌진흥청 농사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위 내용은 제가 남편의 실패를 되짚으며 찾아본 것이고 직접 다시 지어 확인한 방법은 아니어서, 지역 농업기술센터에 한 번 더 물어보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마치며

감자는 흔히 초보가 키우기 쉬운 작물로 꼽히고, 실제로 남편의 감자도 땅속에서는 잘 자랐습니다. 문제는 캐는 깊이, 캔 뒤 말리기, 상처 난 감자 분리처럼 수확 이후의 작은 과정에서 생겼습니다.

박스 50개를 사 두던 설렘이 이틀 비에 끝나 버린 그해 경험은, 농사가 심고 기르는 일만이 아니라 거두고 보관하고 파는 일까지라는 것을 알려 주었습니다. 처음 감자를 심는 분이라면 수확 날 전에 비 예보와 감자를 말릴 그늘부터 챙겨 두시길 바랍니다.

다른 작물을 키우며 배운 이야기는 주말농장 텃밭 작물 추천에, 판로를 미리 챙기지 못해 손해를 본 옥수수 이야기는 귀농 귀촌 차이, 저는 귀촌을 택했습니다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 글은 2022년 가족이 직접 지은 감자 농사 경험을 바탕으로 썼으며, 품종 정보는 2024년 언론 보도, 수확·저장 요령은 농촌진흥청 보도자료를 참고했습니다. 지역과 시기에 따라 적합한 방법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