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경영체 등록은 정부가 “이 사람은 농사짓는 농업인”이라고 인정해 주는 첫 단계입니다. 저도 2024년부터 2025년까지 등록을 해 보려고 꽤 오랫동안 애를 썼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등록은 하지 못했습니다. 이 글은 농업경영체 등록 방법을 정리하면서, 250평 밭을 가진 제가 왜 등록하지 못했는지 그 과정을 솔직하게 적은 기록입니다.
목차
등록하려던 이유와 농업경영체 등록 기준
처음에는 손으로 농사를 지어 보려 했는데, 해 보니 너무 힘들어서 농업기술센터의 농기계 임대를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농기계를 빌리려면 농업경영체 등록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때부터 농업경영체 등록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등록이 되면 농기계 임대뿐 아니라 공익직불금 신청이나 각종 농업 지원사업 신청에도 필요하기 때문에, 농사를 계속 지을 생각이라면 언젠가는 해야 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농업경영체 등록 방법부터 정리하면, 등록은 농관원(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합니다. 관할 농관원 지원이나 사무소에 직접 가도 되고, 온라인이나 우편·팩스로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등록하려면 아래 기준 중 하나 이상을 채워야 합니다.
- 농지 1,000㎡(약 300평) 이상에서 농작물을 재배
- 연간 농산물 판매액 120만 원 이상
- 1년에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
- 330㎡ 이상의 비닐하우스·온실 같은 농업용 시설에서 재배
제 밭은 250평이라 면적 기준인 약 300평에 못 미쳤고, 여기서부터 고생이 시작됐습니다.
등록하려던 두 번의 시도
지금 면적으로도 신청할 수 있는 작물을 심어 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작물은 저희가 알아보던 시기에 심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심어서 어느 정도 키워 둔 상태여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시기가 맞지 않았고, 그 조건을 맞추려니 비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작물에는 심는 때가 있어서 한 번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본업이 바빠 이 시기를 몇 번 놓치다 보니, 하다가 포기하고 다시 하다가 포기하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래서 방법을 바꿔 시댁 땅을 빌려 면적을 채우기로 했습니다. 제 밭은 제 이름, 시댁 땅은 어머니 이름이라 임대차계약서를 써야 했고, 준비할 것도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 어머니와 임대차계약서 작성
- 시댁 동네 이장님을 찾아가 확인서 받기
- 세종 우리 동네 이장님을 찾아가 확인서 받기
- 서류를 모아 농관원에 제출
- 제출 후 담당자가 현지에 나와 실제로 농사를 짓는지 확인
남편이 시댁과 세종을 여러 번 오가며 이장님 사인을 받았는데, 농번기에는 이장님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다들 밭에 나가 계시기 때문입니다.
시골 땅의 임대차 관계를 정리하는 일이 생각보다 복잡해서 끝까지 진행하지 못했고, 결국 등록은 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시골 땅을 빌려 면적을 채우는 일이 서류 몇 장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히 배웠습니다.
참고로 2022년 8월 18일부터는 농지를 새로 빌리면 그 농지가 있는 읍면동 사무소에 60일 안에 농지대장 변경 신고를 해야 합니다.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나오니, 땅을 빌려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려는 분은 이 부분도 꼭 챙기시기 바랍니다.
가족 땅을 빌리기 어렵다면: 농지은행
저처럼 면적이 모자라 땅을 빌리려는 분이라면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의 임대 제도도 알아보실 수 있습니다. 농지 소유자가 공사에 땅을 맡기면, 공사가 농사지을 사람에게 빌려주는 방식입니다. 개인끼리 계약하는 것보다 임대 기간과 조건이 분명하고, 임차료도 공사가 정한 표준임차료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분쟁이 적습니다.
신청은 농지은행 통합포털(fbo.or.kr)에서 관심 지역을 등록해 두고 매물을 찾은 뒤, 농지가 있는 지역의 공사 지사에 방문해 계약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다만 알아 두셔야 할 점이 있습니다. 농지은행의 지원 사업은 농업경영체 등록이 되어 있지 않으면 대상에서 빠지는 경우가 있어서, 저처럼 경영체 등록을 하려고 땅을 빌리려는 경우라면 순서가 서로 맞물려 있는 셈입니다. 신청 전에 관할 지사에 본인 상황으로 신청할 수 있는 사업이 있는지 먼저 문의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등록 없이 지은 배추 농사
등록은 못 했지만 농사는 지었습니다. 농기계를 빌릴 수 없으니 농기계를 가진 동네 분께 부탁드려 비용을 드리고 밭갈이를 했고, 그렇게 배추와 무를 심었습니다.

배추 농사는 잘돼서 해마다 김장해서 먹고, 여러 집에 나눠 주기도 합니다. 다만 돈을 받고 팔지는 않아서 사실상 나눔이고, 판매 실적이 없으니 판매액 기준(120만 원)으로 등록하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이 밭에서 키우는 작물 이야기는 주말농장 텃밭 작물 추천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작은 밭으로 등록을 고민하는 분께
제 경험으로 보면, 작은 밭으로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려면 아래 세 가지를 미리 따져 보셔야 합니다.
- 면적부터 확인하기: 약 300평에 못 미치면 판매액이나 종사 일수처럼 다른 기준을 채울 방법이 있는지 먼저 알아보세요.
- 작물 심는 시기 맞추기: 작물로 기준을 맞추려면 심는 시기와 조건을 1년 앞서 챙겨야 합니다.
- 땅을 빌릴 계획이라면 시간을 넉넉히: 이장님 확인서는 농번기를 피해서 받는 것이 좋습니다.
농업경영체 등록 방법과 신청 서류는 지역이나 경우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으니, 신청 전에 관할 농관원 사무소에 먼저 전화로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마치며
농업경영체 등록은 서류만 내면 되는 일처럼 보이지만, 작은 밭을 가진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저는 결국 등록을 못 했지만, 그 덕분에 귀농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귀농 지원사업에서 떨어진 이야기는 귀농 농업창업 및 주택구입지원 사업 탈락 후기에 적어 두었습니다.